1990년대는 해외여행이 점차 대중화되던 시기였습니다. 각국의 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여행의 추억이 되었고, 화폐 디자인과 환전 경험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시 여행자들의 시선에서 본 세계 화폐의 가치와 디자인, 그리고 환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니다.
환전경험
1990년대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에게 '환전'은 필수 관문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글로벌 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이나 시내 은행에서 외화를 직접 바꿔야 했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환율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아, 신문이나 뉴스에서 환율을 참고하거나 은행에 전화로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었죠. 여행자들은 각국의 화폐 단위와 환산법을 외워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5년 일본의 1엔은 약 10원 정도로 계산했고, 미국의 1달러는 약 800~900원 선이었습니다. 이처럼 단위가 익숙하지 않은 화폐를 손에 쥐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쇼핑을 하거나 식사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이자 도전이었습니다. 환전을 할 때의 긴장감과 외화를 손에 쥐었을 때의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화폐 시대와는 전혀 다른 감성이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여행 후 남은 외화를 '기념품'처럼 간직하거나 앨범에 보관하곤 했습니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야말로 90년대 여행의 진정한 묘미였습니다.
화폐디자인, 그 나라의 얼굴이었다
화폐는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매개체였습니다. 90년대 세계 화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성 있고 지역색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프랑에는 철학자 파스칼, 독일 마르크에는 작곡가 바흐, 일본 엔화에는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가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인물 중심의 디자인은 여행자들에게 그 나라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화폐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의 화폐는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예술적인 도안이 많았으며, 종이 질감과 보안 장치도 국가마다 차별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리라나 남미의 화폐들은 화려한 색감과 예술적 표현으로 여행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여행자들은 여행 후에도 그 나라의 화폐를 기념품처럼 소장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수집 화폐를 꺼내 보며 그때의 여행 기억을 떠올리곤 하죠. 실제로 화폐는 감정적인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단순한 경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여행기록 속 화폐 이야기, 작은 지갑 속 세계여행
90년대 여행자들의 앨범이나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외국 화폐가 꼭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청년들은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등 다양한 통화를 지갑에 담아 다녔습니다. 환전소에서 적은 금액을 바꾸더라도, 손에 쥔 외국 화폐는 마치 그 나라를 가진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당시는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아 여행자 정보 공유는 주로 입소문과 가이드북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어디서 환율이 더 좋다’, ‘이 나라에선 작은 단위 화폐가 중요하다’ 같은 정보는 소중한 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외국의 동전을 수집하거나, 처음 사용하는 자동판매기에서 당황했던 경험도 이 시기 여행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심지어 공항 면세점에서 5달러 남은 동전으로 간식 하나를 살지, 그냥 기념으로 남길지를 고민하던 순간들도 여행의 일부였습니다. 지금은 카드 한 장으로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지갑 속 외국 지폐가 여행의 실체이자 상징이었습니다.
90년대 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문화와 감정이 담긴 여행의 동반자였습니다. 환전의 긴장감, 낯선 디자인의 설렘, 그리고 남겨진 지폐 한 장에 담긴 추억은 그 시대 여행자들의 감성을 대변합니다. MZ세대가 이해해야 할 건, 아날로그 여행의 본질이 화폐라는 작고 얇은 종이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