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중동은 정치적 독립과 함께 자국 중심의 화폐 발행 체계를 구축하던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화폐 발행 정책은 단순한 통화 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주권의 상징이자 경제적 자립의 근간이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레바논 등 주요 중동 국가들의 1950년대 화폐 발행 정책을 비교·분석하고, 각국이 채택한 정책적 특징과 배경을 상세히 다룹니다.
이란과 이라크의 화폐 발행 체계
1950년대 이란과 이라크는 각각의 정치 상황과 국제적 입지를 반영한 고유한 화폐 발행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란의 경우, 중앙은행 역할을 하던 ‘이란국립은행(Bank Melli Iran)’이 1930년대부터 자국 통화인 ‘리알(Rial)’을 발행했으며, 1960년에 이르러서야 ‘이란중앙은행(Central Bank of Iran)’이 공식 설립되어 통화 관리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1950년대 초반 이란의 화폐 발행은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에 따라 발행량은 철저히 제한되었고, 금 및 은 보유량에 기반한 보수적 통화정책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라크는 1947년 영국과의 화폐협정을 종료한 이후, 자국 화폐인 ‘이라크 디나르(Iraqi Dinar)’를 독립적으로 발행하게 됩니다. 1949년에는 이라크통화위원회(Iraq Currency Board)가 설립되어 발행 책임을 맡았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중앙은행 체제로 전환됩니다. 이라크의 디나르는 처음에는 1파운드 스털링과 등가로 설정되어 안정적이었으나, 석유 산업의 성장에 따라 외환 수입이 늘면서 자국 화폐 발행량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란과 이라크 모두 발행 기관의 설립과 강화는 국가 경제의 독립성과 통화 주권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었으며, 화폐 발행은 정치적 정통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금본위 기반 발행 정책
1950년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산업이 막 성장하던 시기로, 그에 맞춰 안정적이고 국제 신뢰도가 높은 화폐 체계를 구축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리얄(Saudi Riyal)’의 발행을 중앙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금보유고를 기준으로 한 보수적인 발행 정책을 고수했으며, 이로 인해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사우디화폐청(SAMA, 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은 1952년 설립되어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 기관은 외환보유액과 금 보유에 기초하여 발행 한도를 설정하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사우디 리얄은 미국 달러와 일정 비율로 고정되어 있었고, 이는 석유 수출 대금이 달러로 수령되는 점과 관련이 깊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통화 남발을 엄격히 통제하며, 무분별한 재정 지출과 금융 팽창을 억제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사우디 화폐에 대한 국제 신뢰도를 높였고, 이후 금융시장에서 ‘안정적인 중동 통화’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폐 발행 정책은 단순한 통화 관리가 아니라 외환수입 관리와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시리아와 레바논의 독립적 발행 정책 수립
시리아와 레바논은 프랑스 위임통치에서 벗어난 후 독립적 화폐 발행 정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리아는 1947년 ‘시리아 중앙은행(Banque de Syrie)’을 설립하고, ‘시리아 파운드(Syrian Pound)’를 공식 통화로 지정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프랑스 프랑과의 연동에서 벗어나 독립적 환율 정책을 모색했으며, 이에 따라 시리아 파운드의 가치와 발행량을 국내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절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는 정치적 불안정과 군사 쿠데타 등의 영향으로 화폐 정책이 자주 변경되었고, 이는 외화 부족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레바논은 1949년 ‘레바논 중앙은행(Banque du Liban)’을 출범시키고, 자체적으로 ‘레바논 파운드(Lebanese Pound)’ 발행을 본격화했습니다. 레바논은 중동 내 금융허브로 부상하던 상황에서 자국 화폐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발행량을 제한하고 외환보유고 기반의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레바논의 화폐 정책은 외국 자본 유치와 안정적인 무역환경 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었으며, 이러한 정책적 성공은 1950년대 후반 레바논 금융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시리아와 레바논은 식민지 시절 화폐체계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발행 정책을 확립하며, 국가 경제의 독립성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1950년대 중동 국가들의 화폐 발행 정책은 각국의 정치적 상황, 경제 여건, 국제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공통적으로는 자국 중심의 발행 기관 설립과 보수적인 통화 관리가 특징이었으며, 이는 국가 주권과 금융 자립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중동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화폐 정책 변화와 그 맥락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욱 구체적인 자료는 각국의 중앙은행 역사 및 국제금융기구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