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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별 통화정책 비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튀르키에)

by rogan20 2025. 5. 23.

'중동 지역'관련 사진

중동 지역은 석유 자원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와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습니다. 2000년대는 특히 글로벌화와 원유 가격 변동,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따라 중동 각국의 화폐 가치와 환율정책이 변화한 시기로, 고정환율제, 바스켓 통화제, 통화 가치 유지 등 서로 다른 전략이 존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UAE,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 주요 국가들의 2000년대 통화정책을 비교 분석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 고정환율 기반의 안정 추구

사우디아라비아는 2000년대에도 미국 달러에 고정된 환율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사우디 리얄(SAR)은 1달러당 약 3.75 리얄로 고정되었고, 이는 국가 경제의 주 수입원인 석유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고정환율제는 사우디 경제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우선 환율 변동성이 없기 때문에 국제 무역과 외국인 투자에서 신뢰성을 제공했고,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에 효과적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정책에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국 내 금리 조정에는 다소 유연성이 부족했지만, 석유 수입에 기반한 외환보유액이 풍부해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충분했습니다. 사우디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리얄의 가치를 조정하거나 방어했으며,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강화 정책도 병행했습니다. 다만, 고정환율은 외부 충격에 대한 자율적인 통화 대응 능력이 낮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이란 - 변동환율과 인플레이션 압박

이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교적 고립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고정환율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란 리얄(IRR)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정에 직면했으며, 환율은 점진적으로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 국제 거래 축소, 해외 자산 동결 등의 영향으로 리얄의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외환을 저가에 공급하거나, 암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려 했지만, 근본적인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란 중앙은행은 시중 환율과 공식 환율의 이중 구조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 말에 이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물가 상승률과 외부 제재가 지속되면서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통화개혁을 통해 ‘토만’ 도입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실행은 지연되었고, 현재까지도 이란의 통화정책은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튀르키에, UAE, 이스라엘 - 유연성과 안정 사이

튀르키에는 2000년대 초반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자국 통화인 리라(TRY)의 안정화를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인플레이션 타기팅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변동환율제를 기반으로 외국 자본 유입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기준금리를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05년에는 화폐개혁을 통해 ‘신 터키리라(YTL)’를 도입해 기존 리라에서 6자리 수를 제거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와 외채 증가로 인해 터키 리라의 환율은 여전히 외풍에 취약하며, 고금리 정책과 저금리 실험 사이에서 진동하는 통화정책이 이어졌습니다. UAE(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와 유사하게 미국 달러에 고정환율을 유지했습니다. 1달러당 약 3.67디르함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와 부동산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두바이, 아부다비 등 대도시 중심으로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면서 통화 안정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입니다. 이스라엘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통해 자국 통화인 셰켈(ILS)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기술 기반 산업과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로 인해 통화가치의 급등락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민첩성과 금리 조정이 핵심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2000년대에는 저금리를 통해 내수 촉진과 동시에 외환 보유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셰켈 가치를 유지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한 바 있습니다.

2000년대 중동의 통화정책은 고정환율, 변동환율, 바스켓 환율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으며, 각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 여건에 맞춘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우디, UAE 등은 석유 수익과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고정환율의 안정성을 유지했고, 이란은 제재로 인해 변동성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유동적 정책을 채택해야 했습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자율적인 통화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을 병행하며, 시장 신뢰와 통화가치 유지를 동시에 시도했습니다. 중동 국가들의 통화정책은 단순한 경제 전략을 넘어, 정치적 안보와 국제관계의 방향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각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의 일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